뱀을 닮은 가느다란 동공, 충혈되다 못해 검붉게 보이는 적안의 눈은 오니의 그것과 같았다. 줄곧 교착상태였다. 끊임없이 오니가 되라던 아카자의 꾀임에 이제는 환각이 보이는 것인지, 상현급의 정교한 혈귀술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생각할 틈은 없었다. 그저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덤벼드는 혈귀를 향해 본능적으로 혁도를 휘둘렀다. 귀살대처럼 혁도를 사용하며...
가을로 접어드는 차가운 바람이 종현의 뺨을 날카롭게 스치고 지나갔다. 런던에서부터 기차로 2시간 거리, 가파른 절벽을 따라 난 우거진 갈대숲과 그 뒤로 펼쳐진 빽빽한 검은 녹음의 숲, 이곳에 발을 딛자마자 종현을 반긴 풍경이었다. 딱히 무엇을 그리겠다는 계획은 없었다. 그저 밤낮으로 울려대는 클락션과 사이렌 소리, 밤의 불빛을 찾는 사람들의 고성방가와 콩나...
* "김치찌개 진짜 맛있다. 야, 너 나한테 시집이나 와라."국물을 꿀떡 삼키는 종현이형의 목울대가 울렁거렸다. 장난인 줄 알면서도, 누가봐도 장난인게 뻔한 상황인데도 그럴까? 라며 웃어재끼는 기범이형과 종현이 형의 모습이 칼칼한 바람처럼 내 마음을 쓰리게 스치고 지나갔다. 종현이 형 말대로 김치찌개는 맛있었다. 요리에 젬병인 나는 엄두도 못 낼 맛인게 분...
정원에 심어진 작은 나무가 연한 에메랄드 빛이 감도는 커다란 꽃 한 송이를 피워냈다. 어른 주먹만한 큼직한 꽃의 잎들은 하늘을 향해 시원스레 곱아있다. 아까부터 이를 지켜보던 소년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않은 채 오후의 더운 햇살을 받아내고 있었다. 눈가를 콕콕 찔러오는 시린 햇빛 때문인지, 어제 밤까지만 해도 고작 봉우리였던 것이 피워낸 형상이 마음에 들지...
피 범벅이 된 네게 엉금엉금 기어갔다. 이젠 다 끝났어.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듯 위태로운 웃음을 띠고 있는 너를 가슴에 묻었다. 온 몸으로 너의 뜨거운 체온이 느껴짐과 동시에 지독한 혈향이 코 끝을 찔러왔다. 곪아터져버린, 끊임없는 상처에 이제 아물어버릴 자리도 없는 두 가슴이 맞닿은 채로 그렇게.비릿한 피내음은 꼭 우리를 닮아 주위를 더욱 더 붉게 물들여...
맛있는거 다 씁니다. 팍팍한 현실에 단비같은 망상, 새벽에 쓰는 글이 제일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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